1. 양곡 관리법 이제 바꿔야 해
양곡관리법은 '쌀이 너무 많이 생산 됐거나 쌀값이 과도하게 하락하면 정부가 일정량의 쌀을 매입할 수 있다'라는 내용의 법입니다. 쌀 생산량이 늘었지만 소비량은 감소하면서 쌀값이 크게 하락했습니다. 우리 주식인 쌀을 재배하는 농민들을 지원해야 한다는 목조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 방법을 두고 의견 대립이 격화하는 중입니다. 하지만 의무사항이 아니다 보니 지난 2년동안 풍년이 들면서 정부의 쌀 매입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쌀 가격이 폭락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쌀 가격은 하락했는데 생산 비용은 두 배 수준으로 늘어나 쌀 생산 농가는 극심한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남는 쌀을 충분히 매입해 급격한 가격 하락을 막겠다는 취지입니다. 이 법이 시행되면 전체 쌀 생산량의 3% 이상이 남아돌거나, 쌀 가격이 평년보다 5% 이상 하락할 경우 정부가 남는 쌀을 전부 매입해야 합니다.
2. '식량=안보'인 시대
앙곡관리법 개정안은 농민들만을 위한 건 아닙니다. 법안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식량 안보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쌀값이 폭락해 농민들이 더 이상 쌀농사를 짓지 않으면 식량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러시아가 전쟁을 일으킨 이후 세계적으로 각종 자원을 '무기화'하려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미 러시아는 석유나 천연가스들을 팔지 않겠다고 유럽국가들을 협박했고, 중국도 자국에서 많은 양을 생산하는 희토류가 첨단산업의 주원료라는 점을 이용해 다른 나라들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가 일부 식량 자원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한국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우리나라 곡물 자급률은 20% 수준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80%는 수입에 의존합니다. 사실 한국은 밀이나 옥수수등의 주요 곡물을 100% 가까이 수입해서 소비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자급자족이 가능한 게 쌀인데, 이것까지 다른 나라에 의존하게 되면 식량 안보는 더울 위태로워 질 수 밖에 없습니다. 쌀값이 폭락해 농민들이 더 이상 쌀농사를 짓지 않으면 식량 위기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4. 그런데 대통령은 왜 거부한 거야?
아주 중요한 일인데 대통령은 왜 거부권을 행사한 걸까요? 대통령 입장을 정리해보면 '그래 농민보호나 식량 안보 모두 중요하지. 그런데 이렇게 해결할 문제는 아니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정부의 재정 부담이 너무 커진다는 겁니다.
정부는 남는 쌀을 의무적으로 매입하고 보관하는데 막대한 비용이 발생할 거라고 주장합니다. 농민들이 '어차피 정부가 사줄 텐데 뭐'라고 생각하면서 쌀 생산량을 조정하지 않을 거라는 분석입니다. 이렇게 쌀을 사들이면 나중에 제값을 받고 파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쌀이 남아도니까 당연히 잘 팔리지도 않을 테고, 수년간 창고에 쌓아둘 수 밖에 없습니다. 정부가 매입한 쌀은 보통 3년 정도 보관되다가, 매입한 가격의 10~20% 수준에 불과한 헐값에 사료용 혹은 술을 만드는 주정용 등으로 팔린다고 합니다.
정부의 계획은 사람들이 점점 쌀을 덜 먹으니 그만큼 쌀 생산량도 줄여나가고 쌀말고 자급률이 낮은 다른 작물을 재배하도록 농민들을 유도하겠다는게 정부의 계획입니다. 정부는 쌀 의무 매입에 쓸 돈을 차라리 밀이나 콩등 다른 작물을 재배하는 농가에 지원하겠다고 주장합니다. 평생 쌀농사를 짓던 농민들이 하루 아침에 낯선 작물을 재배하긴 쉽지 않을 거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5. 거부당한 법안의 미래는?
앞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국회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이 법안이 다시 국회를 통과하려면 국회의원 중 절반 이상이 출석해서 출석한 의원들 중 3분의 2이상이 찬성해야 합니다. 표결이 한번 더 통과하면 이땐 대통령도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습니다.
쌀을 둘러싼 논쟁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으로 보입니다.
농민 보호와 식량 안보, 경제적 효율성이라는 여러 문제들을 모두 만족시킬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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